태백산에서 가까이 살다 보니 동네 뒷산처럼 태백산 정상을 몇 시간 만에 다녀왔다.
아침에 일어나니 며칠 전에 이 세상을 떠난 친구 생각이 났다. 어디 산이라도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가깝고 영험한 산 태백산으로 가본다. 태백산은 집에서 1시간 거리로 뒷산처럼 느껴진다. 등산코스는 유일사 쪽에서 오르면 장군봉을 거쳐 천제단까지 4킬로미터 정도 거리이다. 아침 먹고 10시쯤에 출발하여 오후 3시에 돌아왔다.

1. 태백산 등산
여행 갔다와서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죽은 친구 생각이 나서 울적했다. 여행 중이라고 빈소에도 안 찾아가고 그리 보낸 것이 내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것 같다. 영험한 산 태백산에 가서 마음 좀 달래고 친구의 명복도 빌어주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태백산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과일로 먹고, 아침 열 시에 출발하여 태백산 유일사 쪽 주차장에 도착하니 11시 쯤되었다. 주차하고 바로 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오르다 보니 핸드폰을 안 가져왔다. 오르던 발길을 돌려 다시 내려 오려니 처음부터 힘들었다. 눈이 아직 녹지 않아 아이젠은 하지 않고 오르기로 했다. 다시 오르면서 등산로 입구에서 핸드폰을 보니 11시 29분이었다.
2. 오래전에는 가족과 함께 갔던 곳 태백산
등산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다. 오르는 사람들은 부부이거나 연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간간히 친구끼리 온 사람들도 보인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니 아주 오래전에 지금은 캐나다로 이민 간 친구 가족과 우리 가족이 당골 쪽에서 하루 자고, 새벽 아침해 먹고 6시쯤에 출발하여 하산할 때는 오궁 썰매라는 것을 타고 내려왔던 생각이 난다. 나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태백산 주목 1

태백산 주목

태백산 주목

3. 등산로가 눈으로 덮인 태백산은 오르기가 편하다.
유일사 주차장으로부터 2킬로까지는 임도로 되어 있어서 편히 갈 수 있는 길이다. 하얀 눈이 아름답게 깔려있는 길은 푹신푹신한 느낌이 들고, 눈 속으로 돌들이 다 묻혀있어 평소보다 훨씬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것 같다. 겨울 눈산은 이래서 춥기는 하지만 편안하다. 뽀드득뽀드득하는 소리에 눈 밟는 최고의 느낌을 받으며, 눈으로는 하얀 겨울 세상을, 얼굴에는 찬바람의 매서움을, 코로는 신선한 공기를, 입술에는 두건의 따스함을, 생각은 자유롭게 아무 생각 없이, 모든 감각을 하얀 눈 세상에 던지며 끝이 없을 것 같은 하얀 눈길을 오르고 오르다 보니 장군봉에 도착했다. 장군봉 앞에 서있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장군봉에서 천제단 0.3킬로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천제단에 도착하여 제단 앞에서 먼저 간 친구를 생각하며 명복을 빌어본다.


4. 변화하는 것들에 잘 적응해야 되는데, 그게 어렵다.
그런데 정상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려는데 방금 작동하던 핸드폰이 작동이 안 된다. 배터리가 다 소진된 거 같다 장군봉에서 한 장만 찍었어도 여기서 한 장은 찍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그런데, 사실 딸아이가 두고 간 예비 바테리를 가져갔는데 연결선을 안 가져가서 못썼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지금 글을 쓰면서 옆에 놓여있는 그 예비 바테리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았는데 그냥 충전이 된다. 이건 뭐지 하는 생각에 멍하다. 그러니 내가 나를 컴맹이라 부른다. 무슨 물건이던 간에 꼭 사용법을 알고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5.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태백산은 우리 집 뒷산이 맞다.
하산하면서 등산객한테 시간을 물어보니 12시 50분이란다. 내려오는 길도 눈으로 덮여있고 아직 하나도 안 녹아서 미끄럽지 않아 아이젠 없이 편안하게 스틱 만으로 신나게 내려왔다. 하산하여 시간을 보니 오후 1시 33분이었다. 3시간쯤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2시간 만에 등산을 마쳤다. 등산로에 돌들도 눈으로 덮여있고, 등산객도 많지 않아 일찍 등산을 마친 것 같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겉옷을 벗어보니 속옷까지 흥건히 젖어서 아쉬운 대로 차 안에서 웃옷은 모두 갈아입었다. 하의는 준비를 해가지 않아 수건을 의자에 깔아 두어야만 했다. 등산 시에는 여벌 옷을 꼭 가져가야 한다는 전문가의 말이 오늘에야 실감 난다. 준비해 간 영양바와 컵라면에 김치로 점심을 해결하고, 집으로 차를 몰았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3시다. 다섯 시간 만에 태백산 등산을 마치고 왔으니 태백산이 우리 집 뒷산이 맞는 거 같다. 눈이 더 오면 여유 있게 천천히 영험 한산 태백산에 상고대와 천년 주목 보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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